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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신문] [기고] 고준위 방폐장의 사회적 합의를 모아나갈 때

  • 작성자관리자
  • 등록일2024.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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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고준위 방폐장의 사회적 합의를 모아나갈 때 

 

 

김경수 (재)사용후핵연료관리핵심기술개발사업단장

 

 

지난해, 전 일본지질학회장을 포함한 지질전문가 300인이 ‘지각변동이 심한 일본에서는 사용후핵연료를 10만 년 동안 지하에 가둘 수 있는 장소를 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를 근본적으로 다시 검토할 것’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낸 바 있다. 이들은 일본은 화산과 지진이 활발한 변동대여서 지하수 흐름을 따라 방사성 물질이 누출될 가능성이 있어, 지하 깊은 곳에 묻는 기술로는 안전성 확보가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웃하는 우리나라도 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나라의 지질 특성은 일본과 확연히 다르며, 매우 안정적이다. 일본은 유라시아판 끝자락에 있어 태평양과 접하는 바다 밑 지각판이 연간 최대 10cm 정도씩 아래로 파고들면서, 이로 인해 쌓인 힘이 지각판의 미끄러짐이나 파열을 유발하여 지진이 자주 발생한다. 우리나라는 일본과 달리 지각판들이 직접 만나는 곳에서 벗어나 있어서 상대적으로 지진 발생빈도도 적고, 그 크기도 작아서 일본과 같은 대형 지각변동 재해가 없는 것이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인 사용후핵연료를 균질하고 단단한 암반 깊은 곳에 묻는 과학적인 이유 중 첫 번째는, 지하로 내려갈수록 깨진 틈도 줄어들어 그만큼 지하수의 흐름이 어려워져 설령 방사성 물질이 새어 나와도 그 자리를 벗어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들이 지하수에 몸을 맡겨 움직이고 싶어도 지하 깊은 곳에서는 지하수의 위치에너지 차이가 거의 없어 흐를 힘이 없는 환경이다. 가장 걱정이 큰 지진에 의한 피해는 일반적으로 지표에서 최대가 되고 지하로 갈수록 급격하게 줄어든다는 것이 두 번째 이유라 할 수 있다. 실제 지하에서의 계측 자료에 근거하면, 지진에 의한 땅의 흔들림은 300m 깊이에서는 지표에서보다 3분의 1, 500m 깊이에서는 4분의 1로 그 규모가 줄어들기 때문에 되레 지하가 더 안전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지질 특성이 일본보다 안정적이지만, 실제 고준위 방폐장 터는 법에서 정하는 안전 기준에 따라 지진 발생이 적어야 하고, 단층 밀집 지역을 피해야 한다. 이러한 기준 내에서 가장 적합한 암반이라 할 수 있는 화강암류 등의 결정질암반 분포지를 택할 수 있다. 최종 처분장 부지를 결정하는 단계에서는 스웨덴처럼 지역사회의 수용도보다는 장기적인 지질학적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해야 국민 신뢰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지난 국회에서 미뤄졌던 고준위 방폐물 관리 특별법안이 늦었지만, 이제 국회 문턱을 넘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 조직이 정비되면, 지역사회의 동의를 전제로 하는 부지선정 절차가 시작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중간 저장시설과 영구 처분시설의 안전성에 대한 일반 대중의 이해 증진에 매진해야 한다. 특히, 유관 과학기술단체 간의 공조와 협업 체계는 미리 확립하여 일본과 같은 엇박자가 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취지로 최근 방사성폐기물학회, 지질학회 등 9개 유관 학회가 모두 모여 처분기술과 부지에 관한 이슈를 논의하기 시작한 것은 기술적 토대를 강화한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이 협의회를 통하여 적어도 지하 1km 깊이까지 공간적인 지질 특성을 직·간접적으로 조사하고 평가할 수 있는 기술은 물론 선진국 대비 부족 기술은 적기에 보완할 방안까지도 논의할 것으로 기대한다. 무엇보다도, 지하수의 흐름 특성이 시설의 안전에 핵심적인 요소이므로 정밀한 수리시험 장비와 수리지질 전문가의 확보가 중요하다.

세계적으로 고준위 방폐물 처분장은 운영 단계를 앞두고 있으니, 우리나라도 이 시설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를 모으는 데 집중하게 될 것이다. 사용후핵연료 관리 R&D 사업단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산업통상자원부·원자력안전위원회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부지·저장·처분·규제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사업단은 안전한 관리기술을 대중에게 확산시키기 위한 활동은 물론 유관 인문사회·과학기술 학술단체 간의 소통도 준비하고 있다. 우리 땅에 고준위 방폐장을 짓는 데 지역사회의 동의만 얻는다면 기술적인 문제는 없다는 것이 지질학자로서 필자의 주장이다.



출처 : 전기신문(2024.08.05)